서적 담론

황홀한 새여(2014.1.11 토 - 12 일)

무논골 2014. 1. 12. 23:31

서울가는 길에 펼쳐들었다가

단숨에 읽어버린 시집이다.

 

윤동주,모윤숙,김춘수의 시만

시 낭송하는 줄 알았는데...

 

오늘낮

나는 교과서에도 실리지 않고

서점에서도 구할 수 없는 이 시집을 낭송하면서

공감을 많이 했다.

 

제목 : 아무도 보지 않는 도시 상공에 어두운 저녁으로 사라지는 황홀한 새여

시인 : 조 수 애 (전북 전주에 거주하신다)

출판연도 : 2005.3 

 

난 시인의 아들에게 제안한다.

아버지의 시집을 다시 출판하지 않는다 해도

인터넷 블러그에 알려서 여러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게 하시라...

 

 

 


                          눈 오는 병원

 

오늘

높다란 병원에 몰아치는 눈발이

유난히 하얗다

 

갇힌 병실마다

커튼이 열린다

병든 육신

종점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하늘에서 땅으로 돌아가는 눈발을

오래도록 바라다본다

 

눈오는 병원

오늘은 저들의 아픔과 종말을 덮는

눈들의 축복을 느끼려나

 

지금

하얀 병원에 쏟아지는 눈발이

더욱 하얘진다

 

 

            해    골


바람에

나의 모든 살점을 털어 내고 싶다

오직 앙상한 해골로 남을 나

 

삶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순간

내 뼈 속에서 솟을

끝없는 법열의 예감에

나는 떤다


                    노   을


구름 물들인 석양을 뒤로 하고

어두운 방으로 돌아오면

무언가 노을 속으로

두고 온 게 있는 것 같다

 

나는 한번도 집에 안주하지 못했다

한번도 내 집을 가져보지 못했다

 

지금이나 앞으로도

내가 집 없이 살아야 될

아득한 뜻이

노을 속에 타고 있었다


                  햇    빛


예전엔 볼 수 없었던

햇살의 내면

 

눈 부신

눈 부신

햇살 속에 숨어 있는

맑은 세계

 

눈 감아 빛을 막아도

온 몸에 다가오는 햇살의 세계

 

한 여름

절정의 도시

다 비워낸 이슬인 양

오늘을 사랑하는 햇빛을 맞는다

 
          비 되리


햇빛 보다

날리는 바람 보다

세상을 적시는 비 되리

 

마른 시멘트 벽과 벽

숨은 그림자 스며

기어이 더러움 씻는 비


그대의 기나긴 밤 파고들어
드디어 그 아픔 안아가는 비
 

비 되리

나팔꽃 영롱한 이슬 되는 비

이끼 낀 우물로 스며드는 비

산속을 돌아 강으로 가는 비

아, 아직 무너짐 없는 초가지붕

호롱불 밝힌 창호지 곁에 속삭이는 비

 

비 되리

그대의 여린 잠 속에 내려

그리움 하나만 깨워 놓고

다시 흐르는 비 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