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중국여행에서 얻은 성과중에 내 아내가 가장 만족하는 것이
바로 이 중국현대소설을 읽게 되었다는 것이다.
5.14(일)~5.27(토) 2주간
중국 호남성과 호북성을 여행하게 되었는데
호남성 서쪽 봉황현 봉황고성을 구경하면서 '심종문 고가"라는 안내가 있었지만
동선이 어떻게 되다보니 궁금하기만 하고 가보지 못했다.
돌아오는 장사 황하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중 잠시 서점을 들렀는데
예쁘장한 표지로 심종문 소설 "변성"이 진열되어 있었다.
봉황고성의 심종문 고가도 궁금하던 참이었는데
주저함 없이 이 책을 사왔다.
중국어 원서를 충분히 해독할 수 없을듯하여
알라딘에서 우선 번역본이 있는지 검색해보았다.
다행히 아래의 좋은 번역서를 구입하고
개인적인 일정으로 아내가 먼저 읽고
난 어제밤부터 오늘밤까지 단숨에 매우 행복하게 읽었다.
조만간 중국어 소설도 읽어봐야겠다.
정재* 교수님 번역
작가와 번역가 소개
소설에 대한 평가
30년전 책을 꺼내어 다시 살펴보니 심종문에 대하여 소개가 되고 있었다.
까마득하게 생각이 나지 않았다.
홍콩문학연구사에서 펴낸 이휘영 편저 "중국현대문학사" 181페이지
"~~~ 그의 문장은 일종의 품격을 창조하여 극력 허자를 문장 중에서 사용하는 것을 회피하여
문장을 더욱 간결하고 산뜻하게 하려고 했던 겉같다.만일 이것을 좋다고 말한다면 나쁜 일면 또한 있는 것이니
~~ 현실 생활에서 유행하는 구어에서 더욱 멀어지니 그것은 그저 문인의 글이지 ~~"
작가에 대한 평가는 시대에 따라 처해진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다른가보다.
나는 봉황현 여행 중에 그곳을 더욱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
심종문 선생과 그의 작품에 감사할 따름이다.
<포탈사이트에서 검색한 출판사의 책 소개 인용>
중국 전원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심종문의 중편소설『변성』.
중국 근현대 명작들을 번역해 소개하는「중국 현대소설선」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다.
어느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사공 노인과 손녀 취취,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두 젊은이의 엇갈린 사랑을 그리고 있다.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삶의 아름다움을 애잔하게 묘사하였다.
사천과 호남 두 성의 접경인 다동성 인근 나루터. 그곳에는 50년간 나룻배를 끌어온 사공 노인과 손녀 취취가 함께 살고 있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결실로 태어난 취취는 귀엽게 자란다.
소녀는 2년 전 단오 때, 축제에서 나송이라는 청년을 만났다.
묘한 감정이 봄바람과 함께 그녀를 스쳐갔지만,
순진하게 자라온 소녀는 그게 무엇인지 깨닫지 못했다.
나송 역시 취취에 대한 연정을 키워가고 있었지만,
그들의 사랑은 시작부터 어긋나고 만다.
나송이 멀리 떨어진 고장에서 명절을 보냈던 해에 그의 형인 천보가 우연히 그녀와 마주쳤던 것.
형제의 마음은 동시에 한 소녀에게로 향하고, 그들의 얽힌 감정은 예기치 않은 비극을 불러오는데.....
황폐해진 현실 속에서 개인의 삶이 훼손되던 1930년대 초반,
작가는 작은 행복을 통해 당대의 보통 사람들을 위로하였다.
문화대혁명 기간에는 자본주의 반동작가로 낙인찍혀 문단에서 쫓겨나기도 했지만,
1988년 노벨문학상 최종심 후보에 오르면서 이 작품은 세계적으로 읽히기 시작했다.
작가 특유의 향토색 짙은 방언과 몽환적이고 아련한 분위기가 돋보인다.
<밑줄치기>
이곳 사람들의 집은 반은 땅 위에,반은 물 위에 떠 있는 형태였다.땅이 지좁은 터라 집집마다 받침대를 괴어
다락방 같은 것들을 만들어 얹었다.
봄날에 조금만 눈여겨 보면 복숭아꽃 만발한 곳에 꼭 인가가 있고 인가가 있는 곳에
반드시 주막이 있다.
중국의 다른 지역에서 한창 겪고 있는 불행과 모진 시달림은 마치 이곳 산성의 사람들에게는 영원히
닥치지 않을 것으로 여겼다.
생 소가죽에 붉은 태극무늬를 그려넣은 긴 다리 북
나룻배를 딴 사람에게 맡긴 후 누렁이를 데리고
잠자고 미소를 지은 채 형언할 수 없는 즐거움에 푹 빠져 있었다.
이런 따위의 이야기를 듣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취취였지만 자리를 뜰 수 없었다.
그러나 누구도 서로의 기억이 어디에 멈춰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리고 무언가를 보아낸 듯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짐짓 약삭빠른 표정을 짓고 웃으며 허리춤에서 동전 한 잎을 꺼내 취취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시간은 그녀를 자라게 할뿐 아니라 얼른 크라고 재촉하는 듯했다.
"물오리들이 싸우는 걸 구경해요"
이 고장 식으로 이 말은 "아무 생각도 안해요"라는 뜻이었다.
저는 제 노래를 들어주는 연인도 원하지만 그보다는 집안일을 잘 돌볼 수 있는 며느리감을 더 원합니다.
강은 온통 푸른 콩빛이 되었다.
고기 넉냥에 술 두 사발이면 배도 안 차고 취하지 않소
푸주한
마늘
나중에 둘은 채 완성되지 않은 흰 나무 의자에 걸터 앉았다.
맞는 게 두려우면 먼저 농담 삼아 건네보세요
3년반동안 노래를 불러야 한다. *3년반은 실제 숫자가 아니라 '오랜 기간'을 뜻하는 허수이다.
이때 강가 거리의 순순 선주 댁 다락집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들은 머리에 빨간 천을 동여맨 둘째 도련님을 에워싸며 오고 있었다.
뜸 : 뜸막이라고도 함.부들, 갈대 따위로 엮어 엉성하게 만든 거처.흔히 작은 배 위에 선실처럼 설치
누렁이는 귀를 벌쭉 치켜들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더니 텀벙 물에 뛰어들어 취취 쪽으로 헤엄쳐왔다.
배는 부두가 있어야 하고 새는 둥지가 있어야 하는 법이지
모든 것은 시간 속에서 변하게 마련이다.
그 노인은 입에 자두를 물었는지 좀처럼 말을 분명하게 하지 않으니 참
그런다고 네 입에 말똥을 집어넣지는 않을 테니
숲속의 부엉이는 소리가 아름답지 못해도 짝을 찾을 때는 제 힘으로 노래를 부른단다.
두 사람은 콩기름 등잔 불빛 아래서 밥을 먹었다.
호이초
쑥다발에 불을 붙여 집안 구석구석을 돌며 휘휘 저어 모기를 쫓았다.
그는 죽음이라는 것에 끌려가는 그런 일을 생각했다.
근심 걱정이 인간의 삶 속에 존재해도 그것을 머물게 잡아둘 수는 없는 일이다.
온갖 황당한 일들에다 자신의 마음을 멋대로 뛰어놀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일없이 삼보전에 가지 않는다고 그 댁에 들렀다면~~
쌀시장의 거간꾼이라 말 하나하나를 저울질해서 쏟아냈다.
사공 노인은 비가 멎고 천둥번개가 사라질 때쯤 이미 저세상으로 떠났던 것이다.
늙은 도사가
상당가
여자애들은 속이 좁은지라 화롯불이 재속에 묻혀 흔적도 없는 것처럼 속내를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겨울이 되어 무너졌던 흰 탑이 다시 세워졌다.
어쩌면 그 사람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또
어쩌면 바로 '내일' 돌아올지도 모른다.
1933년 겨울부터 1934년 봄까지 사이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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