推 句
서 문
무자년(戊子年,2008년) 새해를 맞아 아이들과 상의하여 내가 어린 시절 서당에서 배웠던
『추구(推句)』를 공부하기로 하였습니다.뜻깊은 합의로서 참 기쁩니다.
방학중인 아이들이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아침 6시부터 아버지인 내게 스승의 예를 갖추고
배움을 청하는 모습이 참 이쁩니다.
『추구(推句)』는 여러 사람의 오언시를 가려서 엮은 시집으로서
엮은이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여러 이본(異本)이 전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저는 전라북도 정읍시 입암면 지역에서 예로부터 전해지는 서당본을 근간으로 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매일 그 교안을 정리하여 여기(다음카페)에 올리기로 하였습니다.
해석은 조금은 억지스러울지라도 시같은 의역 보다는 직역을 고집하겠습니다.
아이들에게 한문의 문법을 느끼게 하고자 하는 뜻입니다.
내용 중에 김삿갓(1807~1863)의 시도 여럿 있는 것으로 보아 19세기 중후반에
엮은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겠습니다.
교자(敎子)에는 인내가 필요하다고 했지요. 그 인내에는 기쁨이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08.1.2 서울 정릉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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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88구까지는 지난 무자년(2008년)에 현토해석(懸吐解釋)한 것이다.
이후 강독이 중단되었다. 질풍노도의 딸(2008년 중1)이 학습에 부담을 느끼기도 했고
아들은 곧이어 브라질로 떠났고 훈장인 나의 생활도 음주과다로 불규칙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오랫만에 온 가족이 모인 임진년(2012년) 성탄절에 미루었던 강독을 다시
하기로 뜻을 모았다.
고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딸이 학교공부와는 약간 거리를 둘 수 있는 방학이
이번주 토요일부터 1주일 있는지라 마침 브라질에서 귀국한 아들이랑 집중적으로
새벽에 강독을 해 볼 요량이다.
2012.12.26 서울 숭례방(崇禮坊)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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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天高日月明(천고일월명)이며, 하늘은 높고 해와 달은 밝으며,
2. 地厚草木生(지후초목생)이라. 땅은 두터웁고 풀과 나무는 자라도다.
3. 春來李花白(춘래이화백)이요, 봄이 오니 오얏꽃이 하얗고,
4. 夏至樹葉靑(하지수엽청)이라. 여름이 이르니 나무 잎사귀가 푸르도다.
5. 秋凉黃菊發(추양황국발)이요, 가을이 서늘하니 누런 국화가 피고,
6. 冬寒白雪來(동한백설래)라. 겨울이 차가우니 흰 눈이 오도다.
李 : 오얏(자두) 리, 성씨 이 至 : 이를 지, 지극할 지 樹 : 나무 수,
葉 : 잎사귀 엽 凉 : 서늘할 양 黃 : 누르 황 菊 : 국화 국 發 : 필 발
7. 春水滿四澤(춘수만사택)이요, 봄 물은 사방 못마다 가득하고,
8. 夏雲多奇峰(하운다기봉)이라. 여름 구름은 기이한 봉우리마다 걸려 있네.
9. 秋月揚明輝(추월양명희)요, 가을 달은 밝은 빛을 드날리고
10.冬嶺秀孤松(동령수고송)이라. 겨울 고개에는 외로운 소나무 빼어나도다.
위 4언은 중국 동진시대 陶淵明(도연명,365-427)의 시라고 한다.
滿 : 가득할 만 澤 : 못 택 奇 : 기이할 기 峰 : 봉우리 봉
揚 : 들 양 輝 : 빛날 휘 嶺 : 고개 령 秀 : 빼어날 수 孤 : 외로울 고
11. 世事琴三尺(세사금삼척)이요, 세상 일은 거문고 석 자요,
12. 生涯酒一盃(생애주일배)라. 생애는 한 잔 술이로다.
13. 桃李千機錦(도리천기금)이요, 복숭아 꽃과 오얏 꽃은 천 베틀의 비단이요,
14. 江山一畵屛(강산일화병)이라. 강과 산은 한 그림의 병풍이라.
琴 : 거문고 금 尺 : 자 척(약 30cm) 涯 : 물가 애 盃 (杯) : 잔 배
桃 : 복숭아 도 機 : 베틀 기,기계 기 錦 : 비단 금 畵 : 그림 화 屛 : 병풍 병
15. 花笑聲未聽(화소성미청)이요, 꽃은 웃어도 소리 들리지 안고,
16. 鳥啼淚難看(조제누난간)이라. 새는 울어도 눈물 보기 어렵도다.
매월당 김시습의 다섯 살 때 지은 시라고도 하고 이규보의 시라고도 한다.
笑 : 웃음 소 聲 : 소리 성 聽 : 들을 청 鳥 : 새 조 啼 : 울 제 淚 : 눈물 누
難 : 어려울 난(difficult) 亂 : 어지러울 난(a war, a disturbance)
看 : 볼 간
17. 棹穿波底月(도천파저월)이요, 노는 물결 밑 달을 뚫고,
18. 船壓水中天(선압수중천)이라. 배는 물 가운데 하늘을 누르더라.
棹 : 노 도 穿 : 뚫을 천 波 : 물결 파 底 : 밑 저 ---> 低 : 낮을 저
船 : 배 선 壓 : 누룰 압
이 시는 서거정(徐居正,1422-1492)이 1474년(성종5년)이 지은 동인시화(東人詩話)에
옛 이야기가 전하는데, 최치원의 댓구에 당나라 가랑선(賈浪仙)이라는 사람의 댓구라고 한다.
최치원이 먼저 운을 띄기를 "水鳥浮還沒(물새가 떠올랐다가 내려 않고)이요,
山雲斷復連(산 위의 구름은 끊어졌다 다시 이어진다)이라"고 하니 위와 같은
댓구를 이룬 것이다.
이렇게 5자의 시를 4줄로 읊은 것을 오언절구(五言絶句)라고 한다. 가랑선의 랑선은
자(字)이고 이름은 도(島,779~843)인데 원고지를 쓰고 고치고 하는 것을 퇴고(推敲) 라고
하는데 퇴고의 유래가 된 가도의 고사가 있다.
아래 4번째 구의 敲(두드릴 고)에 推(밀 추,밀 퇴)를 쓸까 여러번 망설이던 중 대문장가이자
고관이었던 한유(韓愈)가 사연을 듣고 敲(두드릴 고)를 쓰라고 했다고 한다.
題李凝幽居 (제이응유거) 이응이 은거하는 것에 대하여
閑居少隣幷 (한거소린병) 조용한 집, 함께 사는 이웃집도 적고
草徑入荒園 (초경입황원) 풀밭 사이의 오솔길이 가꾸지 않은 정원으로 들어간다
鳥宿池邊樹 (조숙지변수) 새는 못가에 있는 나무에서 잠이 들었고
僧敲月下門 (승고월하문) 중은 달빛이 비친 문을 두들긴다
過橋分野色 (과교분야색) 다리를 지나가니 들빛이 둘로 나누이는 듯하고
移石動雲根 (이석동운근) 구름을 헤치고 걸어오니 돌이 따라 움직이는 듯하다
暫去還來此 (잠거환래차) 나는 잠깐 갔다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서
幽期不負言 (유기불부언) 함께 조용히 지내고자 했던 약속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19. 雨意雲端黑(우의운단흑)이요, 비 뜻은 구름 끝이 검은 것이요,
20. 春心木末靑(춘심목말청)이라. 봄 마음은 나무 끝이 푸르러지는 것이라.
意 : 뜻 의 端 : 끝 단 黑 : 검을 흑
21. 人心朝夕變(인심조석변)이요, 사람 마음은 아침 저녁으로 바뀌고,
22. 山色古今同(산색고금동)이라. 산 빛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한가지로다.
變 : 변할 변 色 : 빛 색 同 : 한가지 동
23. 綠水鳧前鏡(녹수부전경)이요, 초록 빛 물은 오리 앞의 거울이요,
24. 靑山鶴後屛(청산학후병)이라. 푸른 산은 학 뒤의 병풍이라.
綠 : 초록빛 록 鳧 : 오리 부 靑 : 푸를 청 鶴 : 학 학 鏡 : 거울 경
25. 孫吳兩大將(손오양대장)이요, 손자와 오자는 두 큰 장군이요,
26. 孔孟萬古師(공맹만고사)라. 공자와 맹자는 만고의 스승이시다.
孫 : 손자 손,따를 손 吳 : 성씨 오,나라이름 오 孔 : 구멍 공,성씨 공
孟 : 맏 맹,성씨 맹 손자는 춘추시대 제(齊)나라 사람으로 손자병법을 지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고,손무(孫武) 또는 그의 후예 손빈(孫臏)에 대한 경칭이다.
오자는 전국시대 사람으로 오기(吳起)라는 사람이 지은 병법책 또는
그 사람에 대한 경칭이다.
공자(孔子,bc551~bc479) : 유가의 시조,이름은 구(丘),자는 중니(仲尼),노(魯)나라
맹자(孟子,bc372?~bc289?) : 공자 사후 100년 정도 지나 출생,사서(四書)중 하나
27. 靜裏乾坤大(정리건곤대)요, 고요한 속에 하늘과 땅이 크고,
28. 閒中日月長(한중일월장)이라. 한가한 가운데 해와 달이 길도다.
靜 : 고요할 정
29. 荷有重開日(하유중개일)이요, 연꽃은 다시 필 날이 있고,
30. 人無更少年(인무갱소년)이라. 사람은 다시 젊어질 해가 없도다.
31. 井中魚井井(정중어정정)이요, 우물 가운데 물고기가 우물우물 하고,
32. 樓上鳥樓樓(누상조누누)라. 다락 위에 새가 다락다락 하도다.
김삿갓의 시라는데 한국어의 새김으로 해석해야만 의미가 통하는 중의법적인 시이다.
井(정)은 우물이라는 뜻이 있고 가지런한 모습이라는 형용사적인 의미가 있는데 이 시에서는
우물이라는 뜻을 한국어 '우물 우물'이라는 뜻으로 원 뜻과는 전혀 다르게 해석해야 하는
재미있는 시이다. 樓(누)는 다락,2층이라는 뜻이 있는데 여기서는 위 井과 마찬가지 용법으로
언어의 유희를 즐기고 있다.다락이라는 한국어 발음으로 새가 다락다락 장난치는 모습을
형용하고 있다.
33. 月出天開眼(월출천개안)이요, 달이 뜨는 것은 하늘이 눈을 뜨는 것이요,
34. 山高地擧頭(산고지거두)라. 산이 높은 것은 땅이 머리를 든 것이라.
眼 : 눈 안 頭 : 머리 두
35. 東西日月門(동서일월문)이요, 동서는 해와 달의 문이요,
36. 南北鴻雁路(남북홍안로)라. 남북은 기러기의 길이로다.
鴻 : 큰기러기 홍,클 홍 雁 : 작은 기러기 안
37. 春作四時首(춘작사시수)요, 봄은 네 철의 머리가 되고,
38. 人爲萬物靈(인위만물령)이라.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로다.
物 : 물건 물,만물 물 靈 : 신령할 령,존엄할 영
39. 白酒紅人面(백주홍인면)이요, 흰 술은 사람 얼굴을 붉게 하고,
40. 黃金黑士心(황금흑사심)이라. 노란 금은은 선비의 마음을 검게 하는 도다.
41. 草黃鳴覺犢(초황명각독)이요, 풀이 누르니 울어야 송아지인 것을 깨닫겠고
42. 沙白動知鳩(사백동지구)라. 모래가 희니 움직여야 비둘기인 줄 알겠다.
鳴 : 울 명, 覺 : 깨달을 각 犢 : 송아지 독 動 : 움직일 동 鳩 : 비둘기 구
43. 飮酒人顔紅(음주인안홍)이요, 술을 마시니 사람 얼굴이 붉어지고,
44. 食草馬口靑(식초마구청)이라. 풀을 먹으니 말 입이 푸르러지도다.
45. 竹根龍腰曲(죽근용요곡)이요, 대나무 뿌리는 용 허리처럼 굽어 있고,
46. 焦葉鳳尾長(초엽봉미장)이라. 파초의 잎사귀는 봉황의 꼬리처럼 길도다.
鳳(봉) 봉황새의 암컷을 나타내고 凰(황)은 봉황새의 수컷을 뜻한다.
47. 白雲山上盖(백운산상개)요, 흰 구름은 산 위의 일산(日傘)이요,
48. 明月水中珠(명월수중주)라. 밝은 달은 물 가운데 구슬이로다.
盖(蓋) : 덮을 개,일산(日傘) 개,어찌 아니할 합
49. 狗走梅花發(구주매화발)이요, 개 달리매 매화 꽃이 피고,
50. 鷄行竹葉成(계행죽엽성)이라. 닭이 다니매 대잎이 이루는도다.
51. 黑猫距門顧(흑묘거문고)요, 검은 고양이는 문에 떨어져 돌아보고,
52. 白鼠下椽走(백서하연주)라. 흰 쥐는 서까래 아래로 달아나는도다.
距(거) : 떨어질 거,어떤 본에는 踞(쭈그려 앉을 거)로 되어 있다.
53. 竹筍尖如筆(죽순첨여필)이요, 대나무 순은 뽀족하기가 붓과 같고,
54. 松葉細似針(도엽세사침)이라. 소나무 잎잎은 가늘기가 바늘과 같도다.
55. 天長去無執(천장거무집)이요, 하늘은 높아 가도가도 잡을 수 없고,
56. 花老蝶不來(화로접불래)라. 꽃은 늙어 나비 오지 않도다. 김삿갓의 시이다.
어느 노파가 반갑게 맞아 주면서 화로에 불을 피워 방안으로 들어 왔다가 저녁 걱정을
하면서 밖으로 나간다.방안을 둘러 보니 천장에는 거미줄이 잔뜩 쳐져 있고,
화로에서는 겻불 냄새가 풍겨 나오고 있다.그래서 비슷한 발음이 나는 한문을 가지고
이와 같이 희시를 지은 것이다.이어서,143구 등에서 나오는 시를 짓는다.
菊樹寒沙發(국수한사발)이요, 국화꽃이 찬 모래 밭에 피고,
---> 국수 한 사발
枝影半從池(지령반종지)라. 그림자가 연못에 반쯤 비치네.
---> 지렁(간장) 반 종지
江亭貧士過(강정빈사과)요, 강가의 정자 가난한 선비 지나다가,
---> 강정과 빙사과,
大醉伏松下(대취복송하)라. 크게 취해 소나무 아래 엎드려 있네.
---> 대추, 복숭아
月移山改影(월이산개영)이요, 달이 옮겨 가니 산 그림자 바뀌고,
---> 월이=개. 똥을 먹었는지
通市求利來(통시구리내)라. 사람은 장에 가서 돈을 벌어 오네.
---> 통시=뒷간.구린내가 나네.
57. 老僧天然佛(노승천연불)이요, 늙은 스님은 하늘이 그러한 부처님이요,
58. 少妓大抵花(소기대저화)라. 젊은 기생은 무릇 꽃이라.
抵 : 거스를 저,해당할 저 妓 : 기생 기
59. 雨滴沙顔縛(우적사안박)이요, 비 방울 떨어지자 모래 얼굴을 얽어지고,
60. 風吹水面嚬(풍취수면빈)이라. 바람이 불자 물 얼굴은 찡그리도다.
滴 : 물방울 적 縛 : 묶을 박,얽을 박 <한국식> 嚬 : 찡그릴 빈
61. 鳥飛枝二月(조비지이월)이요, 새가 날면 나뭇가지가 한들한들하고
62. 風吹葉八分(풍취엽팔분)이라. 바람이 불면 나뭇잎이 너풀너풀 거린다.
가지에 앉아 있던 새가 날자 가지가 한들한들 거리는 모습을 표현하면서 二月은
1달 1달이 합쳐진 것이요 우리말로 한달한달이라고 의태하여 해석한 것이다.
八分은 4분 4분이 합쳐진 것이요 우리말로 너풀너풀이라고 의태하여 해석한 것이다.
63. 山深然後寺(산심연후사)요, 산이 깊은 연후에 절다운 절이 있고,
64. 花落以前春(화락이전춘)이라. 꽃이 떨어지기 이전에 아직 봄이로다.
65. 歲去人頭白(세거인두백)이요, 해가 가면 사람 머리는 하얘지고,
66. 秋來樹葉黃(추래수엽황)이라. 가을이 오니 나뭇잎이 누래진다.
歲 : 해 세.나이 세,목성 세
67. 好博閑忘態(호박한망태)요, 넓게 좋아하고 한가롭고 근심 잊은 모양이요,
68. 看章細覺情(간장세각정)이라. 글을 봄에 세밀하게 깨달아 가는 뜻이라.
博 : 넓을 박,도박(賭博) 박 細 : 가늘 세 覺 : 깨달을 각
이 글은 해석이 좀 곤란하다. 어떤 필사본에는 態가 아니라 宅으로 적혀
있으며, 해석은 '도박을 좋아하면 집안 일을 등한시 하고, 글을 보면 세밀하게 뜻을
깨닫는다.'로 되어 있다.
이 글도 김삿갓 시로 기억되는데,어느 고을 산촌을 지나가게 되어 하루
묵어 가는데 방안에는 호박 한 망태기가 있고 들여온 밥상에는 간장
세 각정이 있다고 해석한다.
69. 風鳴山河鼓(풍명산하고)요, 바람은 산과 강이라는 북을 울리고,
70. 月爲宇宙燈(월위우주등)이라. 달은 우주의 등이로다.
鼓 : 북 고 宇 : 집 우 宙 : 집 주,하늘 주
어떤 본에는 爲가 掛(걸 괘)로 되어 있으며,해석은 ‘달은 우주의 등을 걸어 놓은 것’
이다고 해석한다.
71. 雨脚尺天地(우각척천지)요, 비의 다리는 하늘과 땅 사이를 자질하고,
72. 雷聲叱江山(뇌성질강산)이라. 우뢰 소리는 강산을 꾸짖는다.
脚 : 다리 각 雷 : 우뢰 뢰,돌 내리굴릴 뢰 叱 : 꾸짖을 질
73. 十年燈下苦(십년등하고)요, 십 년 동안 등잔 아래에서 과거 준비하느라 고생하면
74. 三日馬頭榮(삼일마두영)이라. 삼일유가(三日遊街) 말 머리 위에서 영화롭도다.
75. 白日千年鏡(백일천년경)이요, 하얀 해는 천 년의 거울이요
76. 靑山萬古屛(청산만고병)이라. 푸른 산은 만고의 병풍이라
77. 松竹君子節(송죽군자절)이요, 소나무와 대나무는 군자의 절개를 나타내고,
78. 桃李小人心(도리소인심)이라. 복숭아와 오얏 꽃은 소인배의 마음을 나타낸다.
節(마디 절)은 절개,마디,계절이라는 뜻이 있으며,병부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옛 군사(軍事)에서는 먼 거리에서 명령이나 지령을 전달할 때 쪼갠 대나무를 맞추어 보아
그 정당성을 확인했는데 병부라고 하는 것이다.
79. 金木水火土(금목수화토)요, 쇠,나무,물,불,흙은 만물을 조성하는 오행(五行)이요,
80. 仁義禮智信(인의예지신)이라. 어짊,의리,예의,지혜,신의는 오상(五常)이라
오행은 만물을 조성하는 다섯가지 원리로서 양명학 등에서 응용하는 철학이고,
오상은 인간세상 다섯가지 떳떳한 도리로서 유학의 기본 가르침이 된다.
81. 伐木山雉雉(벌목산치치)요, 나무를 치니 산은 꿔엉꿔엉 하고,
82. 曳杖石鷄鷄(예장서계계)라. 지팡이를 끄니 돌이 닥닥거린다.
伐 : 칠 벌 曳 : 끌 예 雉(꿩 치)를 우리말 꿩으로 의성하여 해석하고,
鷄(닭 계)를 우리말 닭(닥)으로 의성하여 해석한다.
83. 雨後山如沐(우후산여목)이요, 비가 온 뒤 산은 목욕한듯하고,
84. 風前草似舞(풍전초사무)라. 바람 앞에서 풀은 춤을 추는듯하다.
沐 : 머리감을 목,씻을 목 舞 : 춤출 무
85. 山外山不盡(산외산부진)이요, 산 밖에 산이 있어 산은 다하지 않고,
86. 路中路無窮(로중로무궁)이라. 길 가운데 길이 있어 길은 다함이 없도다.
山外有山山不盡이요,路中多路無窮이라.김인후(金麟厚,1510-1560)의 시라고 한다.
87. 月移山影改(월이산영개)요, 달이 옮겨기니 산 그림자 바뀌고,
88. 日雅流雲疎(일아유운소)라. 해가 아리따우니 흐르는 구름 성기도다.
移 : 옮길 이,여유로울 이 疎 : 성길 소
이 글도 김삿갓 시라고 보는데 55,56구의 해설을 보기 바란다.
어떤 책에는 88구가 日下樓痕消(일하누흔소,해가 지니 누각 그림자 흔적 사라지도다)로
되어 있다.워리 사냥개? 이랴 누운 소?
89. 一日不讀書(일일부독서)면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90. 口中生荊棘(구중생형극)이라. 입안에 가시(형극)가 돋친다.
안중근 장군의 붓글씨(보물 569-2호)로 유명한 글이다.
荊 : 가시나무 형 棘 : 멧대추나무 극,가시 극
91. 正知道旣通(정지도기통)이요, 바르게 안다는 것은 도가 이미 통한 것이요,
92. 廣聞吾可理(광문오가리)라. 넓게 듣는 다는 것은 내 가히 이치를 깨닫는 것이다.
旣 : 이미 기 通 : 통할 통 廣 : 넓을 광
93. 鳥逐花間蝶(조축화간접)이요, 새는 꽃 사이 나비를 쫒고,
94. 鷄爭草中蟲(계쟁초중충)이라. 닭은 풀 가운데 벌레와 다투도다.
95. 野廣天低樹(야광천저수)요, 들이 넓으니 하늘이 나무보다 낮은 듯하고,
96. 江淸月近人(강청월근인)아라. 강이 맑으니 달이 사람에게 가까이 있도다.
97. 花落憐不掃(화락연불소)요, 꽃이 떨어지니 아까워 쓸지 못하고,
98. 月明愛無眠(월명애무면)이라. 달이 밝으니 사랑스러워 잠을 못이루도다.
落 : 떨어질 락 憐 : 블쌍이 여길 연,사랑할 연 掃 : 쓸 소,제거할 소
眠 : 잠잘 면 眼 : 눈 안
99. 馬行千里路(마행천리로)요, 말은 천리 길을 가고,
100. 牛耕百畝田(우경백무전)이라. 소는 백 이랑의 밭을 간다.
耕 : 밭갈 경 畝 : 이랑 무,이랑 묘
101. 白鷺點點雪(백로점점설)이요, 흰 해오라기는 점점이 눈과 같이 희고,
102. 黃鶯片片金(황앵편편금)이라. 노란 꾀꼬리는 편편마다 금과 같이 눈부시도다.
鷺 : 해오라기 로 鶯 : 꾀꼬리 앵 片 : 조각 편
어떤 본에는 점점을 천점(千點)으로, 편편을 일편(一片)으로 되어있다.
103. 鳥喧蛇登樹(조훤사등수)요, 새가 지져귀니 뱀이 나무로 올라 가고
104. 犬吠客到門(견폐객도문)이라. 개가 짖어대니 손님이 문에 이르도다.
喧 : 지껄일 훤 蛇 : 뱀 사 吠 : 짖을 폐
고래로 서당에서는 위와 같이 해석을 하나 한문 문법적으로 보면 ‘사등수’와 ‘객도문’이
목적어구가 되어 ‘새는 뱀이 나무에 오르는 것을 보고 지져귀고,개는 손님이 문에 이르는
것을 보고 짖는다’라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어떻든 詩는 원인과 결과를 기술하는 것이
아니므로 자기 흥에 따라 해석하면 될 것이다.
105. 山爲撑天柱(산위탱천주)요, 산은 하늘을 버티는 기둥이 되고,
106. 水作割地刀(수작할지도)라. 물은 땅을 가르는 칼이 되도다.
撑 : 버틸 탱, 저어갈 탱 柱 : 기둥 주 割 : 벨 할,나눌 할
107. 月爲一大將(월위일대장)이요, 달은 한 대장이요,
108. 星作百萬師(성작백만사)라. 별은 백만 군사로다.
將 : 장수 장,장차 장, 만일 장 師 : 스승 사,군사 사,벼슬아치 사
帥 : 장수 수,거느릴 솔
109. 白雲山顔粉(백운산안분)이요, 흰 구름은 산 얼굴을 단장하는 분이요,
110. 丹楓洞口脂(단풍동구지)라. 붉은 단풍은 마을 입구를 단장하는 연지로다.
粉 : 가루 분,흴 분,화장할 분 脂 : 기름 지,입술 연지 지,기름칠 할 지
이본(異本)에는 백국분산면(白菊粉山面)이요 丹楓脂洞口(단풍지동구)라고 되어 있다.
흰 국화는 산 얼굴에 분을 바르고 붉은 단풍은 마을 입구에 연지를 바르도다.
111. 荷葉水上錢(하엽수상전)이요, 연 잎은 물 위에 돈이요,
112. 柳花岸頭綿(유화안두면)이라. 버들 꽃은 언덕 머리 솜이로다.
荷 : 연 하,연꽃 하,멜 하,책임질 하 錢 : 돈 전,화폐 전, 綿 : 솜 면,이어질 면
113. 雲作千層峰(운작천층봉)이요, 구름은 천층의 봉우리를 짓고,
114. 虹爲百尺橋(홍위백척교)라. 무지개는 백 척의 다리가 되더라.
層 : 층 층 虹 : 무지개 홍 橋 : 다리 교,시렁 교
115. 月到天心處(월도천심처)요, 달은 하늘 마음(天心處)에 이르고,
116. 風來水面時(풍래수면시)라. 바람은 물 얼굴에 불어 올 때로다.
이 시는 내가 중학교 때부터 즐겨 암송한 소강절(邵康節,1011~1077) 선생의
청야음(淸夜吟)이란 제목이 시이다.저본(底本)에는 없지만 나머지 댓구는 다음과 같다.
이 시는 성리학자들이 깨달음을 얻은 상태를 표현한 시라고 볼 수 있다.
소강절 선생은 이치를 수(數)로써 해석하는 상수학(象數學)의 대가이다.
一般淸意味(일반청의미)요. 이런 맑은 뜻과 맛을
料得少人知(요득소인지)라. 깨달아서 아는 이가 드문 것이리라.
117. 水鳥浮還沒(수조부환몰)이요 물 새는 떴다 다시 잠기고
118. 山雲斷復連(산운단부연)이라 산 구름은 끊어졌다 다시 이어지도다.
浮 : 뜰 부 還 : 돌아올 환,다시 환 沒 : 빠질 몰, 빠져 잠길 몰
고사(故事)는 17,18구를 참고하기 바란다.
119. 月到梧桐上(월도오동상)이요, 달은 오동 나무 위에 이르고,
120. 風來楊柳邊(풍래양류변)이라. 바람은 버들 나무 가로 오도다.
楊 : 버들 양 邊 : 가 변.
121. 草席賓大集(초석빈대집)이요, 초석(멍석)은 빈대집(손님들이 많이 모였고)이요,
122. 靜閣鳥皆會(정각조개회)라. 정각(조용한 정자)은 조개회(새들이 다 모였다)로다.
席 : 자리 석 賓 : 손 빈,물리칠 빈 閣 : 집 각,다락 각 빈대집과 조개회란 발음과
뜻이 어울린다.
123. 松作迎客盖(송작영객개)요, 소나무는 손님을 맞이하는 차일(遮日)이요,
124. 月爲讀書燈(월위독서등)이라. 달은 글을 읽는 등불이 되도다.
125. 蟋蟀鳴洞房(실솔명동방)이요, 귀뚜라니는 신랑신부 첫날밤 방에서 울고,
126. 梧桐落金井(오동낙금정)이라. 오동나무는 우물에 떨어진다.
蟋 : 귀뚜라미 실, 蟀 : 귀뚜라미 솔
洞房 : 잠자는 방,결혼후 신랑신부 첫날 지내는 방
金井 : 우물을 아름답게 칭한 말
127. 大聖孔夫子(대성공부자)요, 대 성인은 공자님이요,
128. 五賢朱文公(오현주문공)이라. 오현은 주문공(朱熹,1130~1200)이로다.
129. 讀書爲貴人(독서위귀인)이요, 글을 읽는 것은 귀인이 되는 것이요,
130. 不學作農夫(불학작농부)라. 배우지 않는 것은 농부가 되는 것이라.
131. 山祖崑崙山(산조곤륜산)이요, 산의 처음은 곤륜산이요,
132. 水宗黃河水(수종황하수)라. 물의 근원은 황하수라.
崑 : 산이름 곤 崙 : 산이름 륜
곤륜산은 서쪽 파미르고원에서 동쪽으로 사천성 서북부로 신강과 티베트에 있는 산으로
중국 전설상 가장 높은 산이며,전국시대 말부터 서왕모가 살며 불사의 물이 흐른다고 믿어지고
있는 산이다. 황하수는 중국 서단 청해성에서 발원하여 분수 위수 낙수 등의 물길을 합쳐
발해로 들어간다.
133. 螢飛淸夜月(형비청야월)이요, 개똥벌레는 맑은 밤 달 아래 울고,
134. 蟬噪夕陽天(선조석양천)이라. 매미는 석양 하늘에 떠들썩하도다.
螢 : 개똥벌레 형 蟬 : 매미 선 噪 :떠들석할 조
135. 細雨池中見(세우지중견)이요, 가는 비는 연못 가운데 보이고,
136. 微風枝頭先(미풍지두선)이라. 부드럽게 솔솔 부는 바람은 가지 끝에 먼저 이는도다.
137. 父母千年壽(부모천년수)요, 부모님께서는 천 년을 사시고,
138. 子孫萬代榮(자손만대영)이라. 자손들은 만 대까지 영화롭기를.
代 : 대신 대,번갈 대,세상 대,계승의 차례 대
139. 掃地黃金出(소지황금출)이요, 땅을 쓰니 황금이 나오고,
140. 開門萬福來(개문만복래)라. 문을 여니 만복이 오도다.
141. 高妓自不語(고기자불어)요, 품위 있는 기생은 스스로 말을 하지 않는다고,
142. 碩儒那無遊(석유나무유)라. 큰 선비는 어찌 놀지 않을까 보나.
妓 : 기생기 碩 : 클 석 儒 : 선비 유 那 : 어찌 나 遊 : 놀 유
중종 4년에 등과한 소세양(蘇世讓)과 당시 유명한 기생 황진이의 사랑과 관련한 시이다.
소세앙은 개성 만월대에서 황진이에게 榴(석류나무유)자를 써서 주었다.내포된 뜻은 위 시와
같이 "큰 선비가 있는데 어찌 놀지 않으신가?" 이 글을 받아본 황진이는 漁(고기잡을어)를
답으로 주었다.뜻은 위 시와 같이 "품위 있는 기생이 스스로 선비랑 놀겠다는 말을
하지는 않는다" 이들은 이로써 연인이 되었다.
143. 菊樹寒沙發(국수한사발)이요, 국화는 찬 모래밭에 피어나고,
144. 梅壓半檻白(매압반함백)이라. 매화는 울타리를 반쯤 눌러 하얗게 피었도다.
壓 : 누를 압 檻 : 우리 함,올무 함
예전에 배운 것이 기억나지 않고 그래서 생짜로 감상하는데 처음엔 시의 해석이 어려웠다.
국수한사발은 김삿갓의 시에서 이미 설명한 바 있고 매압반함백은 해석이 잘 안된다.
매압이라고 읽는 것은 메압을 빌려온듯도 하다.메압은 한가지 쌀로만 지은 밥을 말하는데
국수는 한 사발이고 메압은 반 함백이라,함백은 함지박을 뜻하지 않을까? 김삿갓은 다음과
같은 시을 지었다고도 한다.
草綠積雨裏(초록적우리) 풀은 푸르고 비는 연일 내리는데
菊樹寒沙發(국수한사발) 국화는 찬 모래에 피었다.
비에 젖은 김삿갓이 어느 잔치집에 끼니를 청하니 초록 저고리 입은 아낙이 예를 갖춰
국수 한 사발을 대접하니 이에 답례로 지어준 시라 한다.
145. 五老峰爲筆(오로봉위필)이요, 오로봉으로 붓을 삼고,
146. 三湘作硯池(삼상작연지)라. 삼상의 물로서 벼루 물을 삼으리라.
147. 靑天一張紙(청천일장지)요, 푸른 하늘은 한 장의 종이로 삼아,
148. 寫我腹中詩(사아복중시)라. 내 뱃속에 있는 시를 쓰리로다.
硯 : 벼루 연 張 : 베풀 장 腹 : 배 복 寫 : 베낄 사
'오로봉~~~복중시'까지 오언절구는 당 나라 이백의 시이다.안중근 장군은 경술년
(1910년)에 여순 감옥에서 이 시를 붓글씨로 남겼는데 순서를 달리 했다.145-147-146-148
순으로. 오로봉은 다섯 노인이 서있는듯하다는 뜻으로 중국 여산 근처의 산이며,삼상은
중국 남부의 양자강(揚子江),상강(湘江),원강(沅江)을 말한다.
149. 天能順四時(천능순사시)요, 하늘은 사시에 능히 순하는 것이요,
150. 人必明五倫(인필명오륜)이라. 사람은 오륜을 반드시 밝혀야 하도다.
151. 花間圍棋局(화간위기국)요, 꽃 사이에 장기판을 에워싸고,
152. 月下傾酒樽(월하경주준)라. 달빛 아래 술동이를 기울인다.
圍 : 에워쌀 위 棋 : 장기 기 傾 : 기울 경,기울어질 경,다할 경 樽 : 술동이 준
153. 樹綠鶯世界(수록앵세계)요, 나무가 푸르니 꾀꼬리 세계요,
154. 花紅蝶風流(화홍접풍류)라. 꽃이 붉으니 나비 풍류로다.
155. 萬頃波聲大(만경파성대)요, 만 이랑 넓은 밭 같은 물결의 소리 크고,
156. 獨樹花發明(독수화발명)라. 홀로 서 있는 나무에 꽃이 피니 밝도다.
頃 : 밭넓이 경,기울 경(傾),반걸음 규
157. 天地萬物祖(천지만물조)요, 하늘과 땅은 만물의 근본이요,
158. 聖人百世師(성인백세사)라. 성인은 백 세의 스승이라.
祖 : 조상조,처음 조,근본 조,이어받을 조
159. 彈琴和山水(탄금화산수)요, 거문고를 타는 것은 산수와 화합하는 것이요,
160. 詠詩談風月(영시담풍월)라. 시를 읆는 것은 풍월과 말하는 것이라.
彈 : 탄환 탄,튕길 탄 詠 : 읊을 영,노래할 영
161. 太公釣渭水(태공조위수)요, 주나라 문왕의 스승인 강태공은 위수에서 낚시하고,
162. 嚴子耕富春(암자경부춘)라. 후한 광무제의 친구인 엄자릉(嚴子陵)은 절강성 항주시 부춘산
아래에서 은거하며 밭을 간다.
嚴 : 엄할 엄 巖(岩) : 바위 암 .
163. 四海鯨屈大(사해경굴대)요, 사해는 고래가 움츠려도 크도,
164. 千山鶴棲高(천산학서고)라. 천산은 학이 나뭇가지에 깃들어도 높다.
鯨 : 고래 경 屈 : 굽을 굴,움츠릴 굴 棲 : 살 서,보금자리 서
165. 園林三月景(원림삼월경)요, 동산의 숲은 3개월의 경치요,
166. 詩酒百年身(시주백년신)라. 시와 술은 백 년의 몸이로다.
園 : 동산 원
167. 山水入畵屛(산수입화병)요, 산수는 아름다운 병풍으로 들어가고,
168. 風月歸詩篇(풍월귀시편)라. 풍월은 좋은 시와 문장으로 돌아가도다.
畵 : 그림 화 篇 : 책 편,시문(詩文) 편 歸 : 돌아갈 귀
169. 踏影身無痕(답영신무흔)요, 그림자를 밟아도 몸에 흔적이 없고,
170. 夢餠腹不飽(몽병복불포)라. 꿈 속의 떡은 배에 배부르지 않도다.
踏 : 밟을 답 痕 : 흔적 흔 夢 : 꿈 몽 腹 : 배 복 飽 : 배부를 포
171. 白雪粉山野(백설분산야)요, 흰 눈은 산과 들에 가루를 뿌리고,
172. 明月燈天地(명월등천지)라. 밝은 달은 하늘과 땅에 등불이 되도다.
173. 風光隨處好(풍광수처호)라. 풍광은 곳곳마다 좋고.
174. 雲物望中新(운물망중신)요, 운물은 보는 중에 새롭도다,
175. 平原芳草綠(평원방초록)요, 넓은 들판의 꽃같이 아름다운 풀이 푸르고,
176. 斜日杏花飛(사일행화비)라. 해저무는 때 살구꽃 날리도다.
平 : 평평할 평,고를 평 原 : 언덕 원,용서할 원
杏 : 살구나무 행,은행나무 행 杳 : 어두울 묘,아득히 멀 묘
이본에는 高山白雲起(고산백운기;높은 산에는 흰구름 피어나고)와 위 175가
댓구를 이룬다.
177. 耕田埋春色(경전매춘색)요, 밭을 갈아 묻혀 있는 봄 빛을 갈아내고,
178. 汲水斗月光(급수두월광)라. 물을 길으며 달빛을 말질하듯 물을 길는도다.
埋 : 묻을 매 汲 : 물 길을 급 다른 사람들은 매춘색을 ‘봄 빛을 묻는다’라고 해석하는데
그 걸 피하고 싶다.그러다 보니 해석이 부자연스럽다만 달밤에 물을 긷는 모습이 자꾸
달빛을 말로 담는듯하다는 정경을 표현하고 싶다.
179. 花紅黃蝶舞(화홍황접무)요, 꽃이 붉어지니 노란 나비 춤을 추고,
180. 草綠白馬嘶(초록백마시)라. 풀이 푸르니 흰 말이 애처롭게 우는도다.
舞 : 춤출 무 嘶 : 울 시,흐느낄 시
181. 淸風明月夜(청풍명월야)요,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의 밤이요,
182. 紅蓼白蘋洲(홍료백빈주)라. 붉은 여귀풀과 흰 마름풀이 피어 있는 물가로다.
蓼 : 여귀풀 료 頻 : 자주 빈 蘋 : 마름 빈 洲 : 섬 주,대륙(지구상의 큰 뭍덩이) 주
183. 南陌楊柳絲(남맥양류사)요, 남쪽 언덕에 버드나무 실이요,
184. 東園桃李錦(동원도리금)라. 동쪽 동산에 배와 오얏나무 꽃이 비단이로다.
佰 : 일백 백,백 사람 백 陌 : 두둑 맥,머리 띠 맥 錦 : 비단 금
금수강산(錦繡江山) : 비단에 수 놓은 듯 아름다운 강상
185. 綠樹秦京道(녹수진경도)요, 푸른 나무 우거진 곳은 진나라 서울의 길이요,
186. 靑雲洛水橋(청운낙수교)라. 푸른 구름 드리운 곳은 은 낙수의 다리로다.
송지문(宋之問,唐,656~712)의 조발소주(早發韶州;아침에 소주를 출발하며)라는 제목의
오언절구이다.위 185,186 이하로 다음의 귀절이 있다.
故園長在目(고원장재목) 옛 동산은 언제나 눈에 선하니
魂去不須招(혼거불수초) 내 혼이 나가거든 일부러 부를 것 없다네
187. 栗黃鼯來拾(율황오래습)요, 밤이 누러지니 날다람쥐가 와서 줍고,
188. 枾紅兒上摘(시홍아상적)라. 감이 붉으니 아이가 올라가 따도다.
鼯 : 날다람쥐 오 枾 : 감 시 摘 : 딸 적,손가락질 할 적,요점만 가려 쓸 적
189. 文章李太白(문장이태백)요, 문장은 이태백이요,
190. 名筆王羲之(명필왕희지)라. 명필은 왕희지라.
羲 : 숨 희,복희씨 희,사람이름 희
이태백(701~762)은 두보(杜甫)와 함께 李杜라 병칭되는 당나라 시인으로 시선(詩仙)이라
불린다. 왕희지(307~365)는 중국 동진(東晉)의 서예가로 서성(書聖)으로 존경받는다.
191. 野花成子落(야화성자락)요, 들꽃은 씨를 이루고 지며,
192. 江燕引雛飛(강연인추비)라. 물제비는 병아리를 이끌고 날아가도다.
燕 : 제비 연,아래 점 네 개(灬)를 대신하여 새 鳥를 쓰기도 한다. 雛 : 병아리 추
193. 鳳爲羽族長(봉위우족장)요, 봉황은 깃털있는 족속의 어른이요,
194. 虎作毛獸君(호작모수군)라. 호랑이는 털있는 짐승의 임금이로다.
195. 碧海黃龍宅(벽해황용택)요, 푸른 바다는 누런 용이 사는 집이요,
196. 靑松白鶴樓(청송백학누)라. 푸른 소나무는 흰 학이 깃들이는 누각이로다.
197. 鳥歸花影動(조귀화영동)요, 새가 날아 돌아가니 꽃 그림자 움직이고,
198. 魚沒浪痕圓(어몰랑흔원)라. 물고기가 물에 잠기니 물결 흔적 둥글도다.
199. 千山鳥飛絶(천산조비절)요, 천 산에 새 나는 것도 끊어지고,
200. 萬逕人跡滅(만경인적멸)라. 만 갈래 작은 길에도 사람 흔적 없도다.
逕 : 작은 길 경 跡 : 자취 적 蓑笠翁 : 도롱이 사,삿갓 립,늙은이 옹
위 시는 당송팔대가 중의 한 명인 유종원(柳宗元,773~819)의 江雪이란 시이다.
나머지 두 구는 다음과 같다.
孤舟蓑笠翁(고주사립옹) 외로운 배에 도롱이 입고 삿갓 쓴 늙은이
獨釣寒江雪(독조한강설) 눈 내리는 차가운 강에서 홀로 낚시 드리우네.
201. 西亭江上月(서정강상월)요, 서쪽 정자로 흐르는 강엔 달이 떠 있고,
202. 東閣雪中梅(동각설중매)라. 동쪽 누각에 내린 눈 속에 매화가 피었도다.
203. 木落千山瘦(목락천산수)요, 나무 잎이 떨어지니 온 산이 야위어 보이고,
204. 天高一雁橫(천고일안횡)라. 하늘은 높고 기러기 한 마리 가러질러 날도다.
瘦 : 야윌 수,파리할 수
205. 柳色絲絲綠(유색사사록)요, 버드나무 빛은 실같이 늘어진 가지마다 푸르고,
206. 桃花點點紅(도화점점홍)라. 봉숭아 꽃은 송이마다 붉도다.
207. 微風扇水面(미풍선수면)요, 여린 바람은 물 얼굴에 부채질하고,
208. 初月梳山頭(초월소산두)라. 초승달은 산 머리를 빗질하는 듯하도다.
扇 : 부채 선 梳 : 빗 소
209. 水連天共碧(수연천공벽)요, 물은 하늘과 이어져 함께 푸르고,
210. 風與月雙淸(풍여월쌍청)라. 바람은 달과 함께 모두 맑도다.
211. 蓮沼淸風度(연소청풍도)요, 연꽃 연못에 맑은 바람이 건너 오고,
212. 槐亭綠陰多(괴정녹음다)라. 회화나무 있는 정자에 녹음이 짙도다.
度 : 건널 도(渡),법도(法度) 도,풍채 도,헤아릴 도
槐 : 회화나무 괴,홰나무 괴 蟬 : 매미 선
저본에는 蟬陰多(선음다)로 되어 있으나 다른 본에 보이는 걸로 대체하였다.
213. 天晴一雁遠(천청일안원)요, 하늘이 맑게 개니 기러기 한 마리 멀리 날고,
214. 海闊孤帆遲(해활고범지)라. 파도 없이 바다 드넓으니 외로운 돛단배 더디도다.
闊 : 넓을 활,넓을 괄 帆 : 돛 범 遲 : 더딜 지
215. 天長落日遠(천장낙일원)요, 하늘은 높아 저무눈 해 멀고,
216. 水淨寒波流(수정한파류)라. 물이 맑아 찬 물결이 흐르도다.
위 시는 李白의 登新平樓(신평루에 올라)라는 오언율시의 3,4구절이다.
217. 楊柳先得春(양류선득춘)요, 버드나무는 먼저 봄 기운을 얻고,
218. 梧桐早知秋(오동조지추)라. 오동나무는 일찍 가을 정취를 안다.
219. 帝德稱堯舜(제덕칭요순)요, 임금의 덕으로는 요임금과 순임금이 칭송받으시고,
220. 聖道慕孔孟(성도모공맹)라. 성인의 도로는 공자와 맹자를 흠모하는도다.
221. 馬行駒隨後(마행구수후)요, 말이 지나가는데 망아지가 뒤따르고,
222. 牛耕犢臥原(우경독와원)라. 소가 밭을 가는데 송아지가 풀밭에 누워있도다.
駒 : 망아지 구 犢 : 송아지 독
223. 柳幕鶯爲客(유막앵위객)요, 버드나무 장막엔 꾀꼬리가 손님이 되고,
224. 花房蝶作郞(화방접작랑)라. 꽃 방에는 나비가 신랑이 되도다.
225. 草色王孫恨(초색왕손한)요, 풀빛은 왕손의 한이요,
226. 鵑聲帝子魂(견성제자혼)라. 두견의 소리는 제자의 혼이로다. 鵑 : 두견이 견.소쩍새 견
227. 舟耕蒼海去(주경창해거)요, 배는 푸른 바다를 밭갈기하듯 가고,
228. 雅尺白雲來(아척백운래)라. 떼까마귀는 흰 구름을 자로 재듯 내려오네.
雅 : 바를 아,떼까마귀 아
解說 終(해설은 여기에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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推句
天高日月明 地厚草木生 春來李花白 夏至樹葉靑 秋凉黃菊發 冬寒白雪來
春水滿四澤 夏雲多奇峰 秋月揚明輝 冬嶺秀孤松 世事琴三尺 生涯酒一盃
桃李千機錦 江山一畵屛 花笑聲未聽 鳥啼淚難看 棹穿波底月 船壓水中天
雨意雲端黑 春心木末靑 人心朝夕變 山色古今同 綠水鳧前鏡 靑山鶴後屛
孫吳兩大將 孔孟萬古師 靜裏乾坤大 閒中日月長 荷有重開日 人無更少年
井中魚井井 樓上鳥樓樓 月出天開眼 山高地擧頭 東西日月門 南北鴻雁路
春作四時首 人爲萬物靈 白酒紅人面 黃金黑士心 草黃鳴覺犢 沙白動知鳩
飮酒人顔紅 食草馬口靑 竹根龍腰曲 焦葉鳳尾長 白雲山上盖 明月水中珠
狗走梅花發 鷄行竹葉成 黑猫距門顧 白鼠下椽走 竹筍尖如筆 松葉細似針
天長去無執 花老蝶不來 老僧天然佛 少妓大抵花 雨滴沙顔縛 風吹水面嚬
鳥飛枝二月 風吹葉八分 山深然後寺, 花落以前春 歲去人頭白 秋來樹葉黃
好博閑忘態 看章細覺情 風鳴山河鼓 月爲宇宙燈 雨脚尺天地 雷聲叱江山
十年燈下苦 三日馬頭榮 白日千年鏡 靑山萬古屛 松竹君子節 桃李小人心
金木水火土 仁義禮智信 伐木山雉雉 曳杖石鷄鷄 雨後山如沐 風前草似舞
山外山不盡, 路中路無窮 月移山影改 日雅流雲疎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正知道旣通 廣聞吾可理 鳥逐花間蝶 鷄爭草中蟲 野廣天低樹 江淸月近人
花落憐不掃 月明愛無眠 馬行千里路 牛耕百畝田 白鷺點點雪 黃鶯片片金
鳥喧蛇登樹 犬吠客到門 山爲撑天柱 水作割地刀 月爲一大將 星作百萬師
白雲山顔粉 丹楓洞口脂 荷葉水上錢 柳花岸頭綿 雲作千層峰 虹爲百尺橋
月到天心處 風來水面時 水鳥浮還沒 山雲斷復連 月到梧桐上 風來楊柳邊
草席賓大集 靜閣鳥皆會 松作迎客盖 月爲讀書燈 蟋蟀鳴洞房 梧桐落金井
大聖孔夫子 五賢朱文公 讀書爲貴人 不學作農夫 山祖崑崙山 水宗黃河水
螢飛淸夜月 蟬噪夕陽天 細雨池中見 微風枝頭先 父母千年壽 子孫萬代榮
掃地黃金出 開門萬福來 高妓自不語 碩儒那無遊 菊樹寒沙發 梅壓半檻白
五老峰爲筆 三湘作硯池 靑天一張紙 寫我腹中詩 天能順四時 人必明五倫
花間圍棋局 月下傾酒樽 樹綠鶯世界 花紅蝶風流 萬頃波聲大 獨樹花發明
天地萬物祖 聖人百世師 彈琴和山水 詠詩談風月 太公釣渭水, 嚴子耕富春
四海鯨屈大 千山鶴棲高 園林三月景 詩酒百年身 山水入畵屛 風月歸詩篇
踏影身無痕 夢餠腹不飽 白雪粉山野 明月燈天地 風光隨處好 雲物望中新
平原芳草綠 斜日杏花飛 耕田埋春色 汲水斗月光 花紅黃蝶舞 草綠白馬嘶
淸風明月夜 紅蓼白蘋洲 南陌楊柳絲 東園桃李錦 綠樹秦京道 靑雲洛水橋
栗黃鼯來拾 枾紅兒上摘 文章李太白 名筆王羲之 野花成子落 江燕引雛飛
鳳爲羽族長 虎作毛獸君 碧海黃龍宅 靑松白鶴樓 鳥歸花影動 魚沒浪痕圓
千山鳥飛絶 萬逕人跡滅 西亭江上月 東閣雪中梅 木落千山瘦 天高一雁橫
柳色絲絲綠 桃花點點紅 微風扇水面 初月梳山頭 水連天共碧 風與月雙淸
蓮沼淸風度 槐亭綠陰多 天晴一雁遠 海闊孤帆遲 天長落日遠 水淨寒波流
楊柳先得春 梧桐早知秋 帝德稱堯舜 聖道慕孔孟 馬行駒隨後 牛耕犢臥原
柳幕鶯爲客 花房蝶作郞 草色王孫恨 鵑聲帝子魂 舟耕蒼海去 雅尺白雲來
終
陽曆癸巳年 二千十三年 一月四日
陰曆壬辰年 二千十二年十一月二十三日
金曜日鄭樂臣謹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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