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 담론

[스크랩] 최명희 작가 『혼불』(전10권)을 읽고서

무논골 2012. 8. 8. 09:04

 

가을에 접어들었다.

지난 여름 두 달 여 동안,내 의식의 지평은 일본 간사이 지역 오사카,교또,나라,고베에 걸쳐 있었고 대하민국 남원과 전주에 뻗쳐 있었다.남원은 혼불의 주무대가 되는 지역이고 전주는 혼불에서 언급하고 있는 후백제의 견훤이라든지 조선의 이성계와 관련하여 몇 십 페이지에 걸쳐 서사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지역이다.

책을 읽는 동안 어떤 뜻으로 밑줄을 쳤는지 다 기억할 수 없지만,그 밑줄 친 것을 옮겨본다.

아마 지식적으로 기억하고 싶은 거라든지 내 감정이입이 가능했던 것들에 대한 것이겠지만.

 

2011.7.24() 전북 남원시 사매면 노봉마을 「혼불문학관」 방문

2011.8.01() 혼불(10) 구입하여 읽기 시작

2011.9.10() 전북 남원시 사매면 노봉마을 「혼불문학관」 가족들과 같이 방문

2011.9.11()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 경기전(慶基殿),오목대(梧木臺) 방문

2011.9.21() 혼불(10) 완독

2011.9.25() 혼불(10) 밑줄 그은 것 정리

       (거실에 있는 책들)

 

(2011.9.11 일,전주 한옥마을 근처에 있는 이성계 4대조 오목대에 올라서)

 

 

 

혼불1

시이자아가악치임주우(侍者各斟酒) 시중 드는 이는 각기 술을 치시오.

그네:듣는이에게 가까이 있거나 듣는 이가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3인칭대명사라는데 이 책에서 처음으로 알았다.

매화낙지(梅花落地): 꽃이 떨어지는데 무엇이 좋은가요? 이 사람아,꽃은 지라고 피는 것이라네.꽃이 져야 열매가 열지.안그런가? 내 강아지.

꾀가 없는 천성을 말하는듯 그의 눈은 항상 담담하고,입술에는 욕심이 물려 있지 않다.

아아,강실아,둥글고 이쁜 사람아.네가 없다면…….네가 없다면……나의 심정이 연두로 물들은들 어디에 쓰겠느냐………

잔뜩 오그리고 돌아누워 있길래,

시부가 몇 날 며칠을 사랑채에서 지내며 밤낮으로 서책에만 골몰하여도,그저 범연한 일로 여기었다.

병풍 뒤에 홑이불을 덮고 누워 있는 망처(亡妻) 한씨부인 곁에 홀로 앉아 밤을 새웠다.

악수(幄手) : 소렴 때 시체의 손을 싸는 헝겊

그런데 치마를 여미는 데도 법도가 있어,거멍굴 아낙들은 모두 상것,천민이라 오른쪽으로 자락을 둘러 입었다.

없는 사람은 그저 주딩이가 웬수고 손이 보배여.

옛말도 안 있능갑네.굳은 땅에 물 괸다고 안허든가.그렁게 그렇게 큰 사람을 허시겠제잉.

바깥으로 풀어내면 일도 안되고 화만 부르능 거잉게로 속으다 또아리를 지어서 담어 놔라.인자 이러고 참고 살자먼 이담에 존 시상도 오겄지.

논바닥에 엎드린 햇빛에서 놋쇠 익는 냄새가 난다.

누에는 하루에도 열두 밥을 먹으니,밤낮을 쉬지 말고 부지런히 먹여야 한다.

개와(蓋瓦) : 기와로 지붕을 임.

그네는 그저 습기처럼,모습도 보이지 않으면서 무심코 느껴 보면 언제나 촉촉히 강모를 적시우고 있었으므로.

전주부성이 아끼는 팔경 중에 하나로 꼽히는 한벽루(寒碧樓)를 반달같이 팔에 품어안고 있었다.

이윽고 출발한 기차는 오목대를 옆구리에 끼고,전주천 맑은 물에 그림자를 드리운 한벽루를 슬쩍 바라보면서 컴컴한 굴 속으로 들어간다.

풍헌(風憲)은 조선 행정의 최말단의 방(),그러니까 동네 마을 일을 보던 관원으로,

너는 아직 모르리라.이 집안이,명예에 비하여 얼마나 고달픈가를

하얀 삼팔주(三八紬) 수건을 고이 넣어 주었다.

어느 한 가지로 과잉하게 마음이 쏟아져 걷잡지 못하게 사치를 하는 것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집이든,의복이든,금패든,사치를 하기로 들면야 어떻게 감당하겠느냐?

남편이 남들에게 대접을 받고 못 받는 것이 다 안사람 하기에 달린 것이니라.

반개한 꽃봉오리 억지로 피우려고 화덕을 들이대랴,손으로 벌리랴,순서가 있는 것을,허나,

그저 어쩌든지 입이 무거야고,놀리는 일손은 번개같이 빠름서도,그렇다고 눈치없이 아무 디나 촐랑촐랑 나서지 말어야고오.                                             2011.8.7() 11:52

 

혼불2

체리암(滯離巖)

벼슬을 하려니 조정이 있기를 합니까아,충신이 되자니 임금이 계시기를 합니까,거기다가 선비로서 갈고 닦은 학문으로 후학(後學)을 기르자니 학동이 있기를 합니까.죽림칠현(竹林七賢)이 되자 해도 대밭이 없는 세상 아닌가요? 도대체 무얼 가지고 이 가문을 번창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

인심을 얻을 데가 따로 있지 놉들한테 인심 얻어 무슨 일을 꾀하겠다는 것이냐?누구는 칭송을 들을 줄 몰라서 쌀 한 톨을 애끼는 줄 알았더냐?

어디 보드랍게 스미는 구석이라고는 눈씻고 봐도 없으니

모처럼 만에 남편 앞에서 속에 응어리졌던 말을 털어놓으려던 율촌댁은 입을 다물어 버린다.

시집간 딸은,친정의 명당도 훔쳐온다는데

그 오한을 감추려고 짐짓 심상(尋常)한 체 꾸미었으나,

담살이 새끼머슴

사람마다,子天貴,丑天厄,寅天權,卯天破,辰天奸,巳天文,午天福,未天驛,申天孤,酉天刃,戌天藝,亥天壽를 관장하며 하늘을 운행하는 열두 별의 정기를 받고 태어난다.

그런 소리 허는 것이 아니다.사람 목숨에 귀하고 천한 것이 어디 있는고.인지상정으로 그냥 생각 없이 쉽게 던지는 말이 죄로 가는 일이 많으니

생떼 같은 두 아들을 한꺼번에 잃은 아낙은 정신을 수습하지 못한채 죽은 듯이 혼절하여

그리고 덩클 덩클,피를 토했다.

우리가 전생을 몰라서 생사의 인연을 놓고 설워하는 것이지,알고 보면 모두 다 제 받을 몫을 받는 것이야.

상사불견(相思不見)이면 어찌 병인들 나지 않으리

막말로 그것들이 흘레라도 붙어 보십시오.

아아.

강모는 강실이의 어깨를 쓸어안고 무너진다.

마치 절벽 아래로 떨어지듯이.

그리고 꽃잎이 찢어진다.

모든 것이 이렇게도 짧은 한순간에 조용해지다니.

누가 나를 다치게 하였을까.

조금만 참았더라면,그랬더라면,그랬더라면 좋았을 것을.허망이란 이다지도 무거운 것이었던가.내가 무엇을 얻겠다고 이런 일을 하고 말았을까.얻는 것이 바로 잃는 것임을 내 몰랐구나.

바깥에서 들어오는 재앙이 아니라 네 몸에서 나는 재앙이니,네가 정신만 채리면 무사히 지내갈 고비인즉,강모야.어미 말 명심해라.

그네는 말에 정령이 붙어 있다는 것을 믿었다.그래서 결코 함부로 무슨 말을 하지 않았다.심지어는 속 깊은 곳에 지나가는 생각조차도 불길한 것은 황급하게 털어내 버리는 것이었다.

인력이 지극하면 천재를 면하나니,이 뼈가 우뚝 서서 뿌리를 뻗으면 기둥인들 되지 못하랴.무성하게 가지 뻗으면 지붕인들 되지 못하랴.

말을 보탰다가는 자칫 부정을 탈 것만 같아서였다.

아이 낳고 눈물 짓지 마라.어미 눈물이 자식의 폐장에 스미느니.

어미의 마음이 자식에 대하여 어찌 쓸모를 따지리오.

주인 많은 나그네 밥 굶는다고.

여한도 없다.무엇을 더 바라리오.우리가 서로 무엇이 될 수 있겠는가.처음부터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순한 인연으로 만난 사람들이었다면 물결이 흘러가듯 순리로 흘러갔어야 할 일,부질없는 마음이 소용돌이 일으키며 솟구쳐 올라,길도 없는 공중에서 물 밑바닥으로 곤두박질 치는,이런 허망함에 빠지지는 말았어야 한다.

오죽하면 시앗하고는 하품도 안 옮는다고 안 그래?                       2011.8.13()

 

혼불3

사람한테서 은혜를 입는 것은 그 사람의 노예가 되는 일인 것을…………

사람끼리 만나서 정들고 헤어지는 것이 냇물에 발 씻는 것마냥 쉬운 줄 아셨단 말인가요?

괴똥에미전

한번 눈에 나거드면

독수공방 찬 자리에

뉘를 의지하잔 말고

죽은 사람 생각하면

꿈속에나 반기련만

생사람 불화하면

백년이 원수로다.

기다림과 원한은 한 나무의 가지요 뿌리였던 것이다.

목숨만큼 화려한 것은 없네……천산(千山)을 헐어서 하해(河海)를 메운대도….목숨이 비어 있는 자리는 메꿀 도리가 없어.

인월댁은 종가의 지붕 위로 훌렁 떠오르는 푸른 불덩어리를 보았다.청암부인의 혼()불이었다.

개가 삼밭 지나듯이 핵심 속으로 못 들어가고 바깥에서만 빙빙 돌다 마는 경우 허다하리라.

지금의 자기가 있게 된 그 말미암음을 모르게 되면, 상놈이라 한다.

내외간의 정이란 것이 열 살 줄에는 몰라서 살고,스물 줄에는 좋아서 살고 서른 줄에는 정신없이 살고,마흔 줄에는 못 버려 살고,쉰 줄에는 서로 가여워 살고,예순 줄에는 등 긁어 줄 사람이 필요해서 산다.                                                               2011.8.16()

 

 

혼불4

꾀 벗고 장도칼 차네.동냥치 박적에 수실을 달제.

꽃 좋다아 탐내지 마오

모진 손으로 꺽지를 마아오

모진 손으로 꺽어나 버리시니

장부 행신이 그뿌운이인가아

얼시구나 좋네에 저절시구

아니 놀지는 모옷허겄네.

혼자아 자는 큰애기 방으

웬 숨소리가 둘이다냐아

오랍시도 그 말 마오

동지섣달 기인 긴 밤으

문풍지 떠는 소리이로오다

얼시구나 좋네에 저절시구

어나 놀지는 모옷허겄네.

진새,담살이의 애티를 벗고 드디어 온 일꾼으로 인정되는 한판의 잔치였다.

종은 종이여.무단히 넘의 불에 개잡을라고 말어.그러다가 매급시 지 머리크락이나 꼬실르제.

일곱살 유자광이 지은 시

  根盤九泉(근반구천)하니 勢壓三韓(세압삼한)이로소이다.

  반석의 뿌리가 구천에 벋으니,그 기세가 삼한을 누릅니다.

별똥별:별이라도 떨어지면 똥이여

아니 그 겐우 직녀는 언제 쩍에 맺은 인옌이간디 아직도 애기를 못 낳대?

집을 두고 한데서 잠을 자는 새는 없다.

그리고 제 집을 잘못 찾아드는 새도 또한 없다.

나무는 새들을 찾아 나설 수가 없다.(鳥則擇木,木豈能擇鳥)

오직 저 혼자,새를 부르며,선 자리에 선 채로 목 놓아 어둠이 깊어지는 수밖에는.

그네는 사실은 집을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람 소리 속에 섞여 그냥 지나가 버릴는지도 모르는 발소리를 놓치지 않으려고,고샅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한번 날아간 새가 다시는 돌아오니 않아 빈 둥우리가 재와 같이 삭아 버리는 나무의 가슴패기나,한번 떠나간 사람이 다시는 돌아 오지 않아 그를 기다리던 집터는 무너지고 황폐한 마당에 우북한 쑥대만 바람에 씻기는 땅이 서럽다면.

사람의 마음도 나무나 땅일 수 있을진대,그 마음이 서 있는 나무나,기다리는 땅에,새와 사람이 되는 이는 또 누구인가?

後人從此(후인종차) 依何處(의하처) 남은 우리들은 누구를 의지하고 살 것인가

月滿空山(월만공산) 星滿天(성만천) 빈산엔 시름겨운 달빛가득하고 하늘엔 무심한 별만깜박이네

                                                                       2011.8.28()

 

혼불5

초가지붕은 땅에 순응하고,기와 지붕은 하늘에 꿈을 두는가.

그냥 지나가 버려도 좋으니,왔다는 기척만이라도 들렸으면.

그네의 온몸은 어느새 귀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마약보다 농담을 택해 줘서 고맙다.힘들거든,계속 그렇게 까불면서 넘어가거라.

백성으로서의 순정만은 본능처럼 뜨겁게 가지고 있었던 조선족들이,그에 대한 보답이라고는 아무것도 받지 못한 채 남의 나라 남의 땅에까지 흘러 와 어떻게든 발붙이고 뿌리를 내려고 몸부림하는 몸부림하는 몸짓은 가여운가,위대한가.

제 발걸음보다 길게 앞서 누워 가는 제 그림자를 묵묵히 밟으며,각기 서로 깊은 생각에 빠진 듯 말이 끊긴다.

저도 나한테 마음 두지 않지마는,나도 또한 저한테 마음 두지 못허는 팔자.흘러가는 물 우에다 낭구를 심는대도 이보다 더 허망허고 부질없는 세상이리.

산 닭 주고 죽은 닭 바꾸기도 어렵다.

그러니 쌀은 곧 목숨이다.

말 같잖은 것이 결국은 말이 되고 만 것이 어디 하나둘인가? 작은 것을 하찮게 보다가는 결국 큰코 다치고 마는 법이야.

鄕約(향약)

힘이 부치는 신라에서 유화 정책을 쓰기 위해,신라 진평왕의 셋째딸인 선화공주를 백제 법왕의 서자인 무왕한테 정략적으로 시집을 보낸 것이다.

정짓간의 부지깽이도 깨금발을 뛴다는 농사철이 닥쳐도 그에게는 일이 없을 때가 많았다.

눈치만 있으면 절깐에 가서도 새비젓을 얻어먹는다는디,무신 사램이 새비젓통에 들앉어서도 소금 어띴냐고 허게 생겠이니.

차라리 염라대왕 저승사자 턱을 차는 거이 덜 무섭제,하이고오,투장(偸葬)은 못헐 일이여.

                                                                        2011.9.3() 05:35

 

 

혼불6

  지정무문(至情無文)이라 하여,아버지와 아들,형과 아우,남편과 아내같이 그 혈연이 지극히 가까운 사이에는 제문(祭文)을 쓰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

율곡 선생이 격몽요결(擊蒙要訣)에서 말한 구용(九容)과 구사(九思)

1 足容重 2 手容恭 3 目容端 4 口容止 5 聲容靜 6 頭容直 7 氣容肅 8 立容德 9 色容壯

1 視思明 2 聽思聰 3 色思溫 4 貌思恭 5 言思忠 6 事思敬 7 疑思問 8 忿思難 9 見得思義

집안에 훈김 나고 냉기 도는 것은 다 여자 할 탓이란다.

그래. 그리움을 버리자. 내가 그를 그리워할 자격을 잃어버리자.

효원은 할머님의 죽음을 빌려,제 울음의 목을 놓았다.

봄바람은 차별없이 천지에 가득 불어오지만 살아 있는 가지라야 눈을 뜬다.

부처가 성불해도 성질은 남는다드만.

고운님도 없는디,혼자 보는 꽃귀경이 무신 재미냐.

문서가 없다고 심정도 없겄냐,이 매정한 노무 인간아.

여사서(女四書)

  명나라 성조의 후비 서씨가 지은 내훈(內訓)

  명나라 반소가 지은 여계(女誡)

  당나라 송악소가 지은 여논어(女論語)

  명나라 윤씨부인이 지은 여범(女範)

떨어뜨리면 발등 깨지는 쇳덩어리 무겁게 아슬아슬 붙들어 움켜안고 자갈밭 가는 사람처럼,

아아,할머니.나 죽으라,미리 알고 이 깊은 저수지를 파 놓으셨더이까.     2011.9.6() 08:05

 

혼불7

괴로움도 갚는 것이라대요

시커멓고 거대한 먹물이 져 웅크리고 있던 노적봉과 벼슬봉 연봉들이 점차 그 먹빛을 풀면서,넌출넌출 출렁이는 새벽의 물마루가 화선지에 담묵과 진묵이 엷게 짙게 번지듯이 드러나기 시작하고,두 사람이 선 방죽머리에는 차가운 이내가 자욱이 수면을 에우며 물안개로 오르는데,안서방네는 어린 날에 그러했던 것처럼 강실이를 등에 업고,비탈진 제방을 휘청휘청 내려왔다.

기표는 눈에 비늘을 일으키며 모를 세우고 기다렸던 참이 분명하였다.

일에도 순서가 있고 말에도 순서가 있지.왜 신짝을 머리에다 쓰고 나설려고 허는고?

향기 중에 향기도 사람 향기여서 천 년이 가고 만 년이 가도 오래 남아 지워지지 않는다 하지만,독 중에도 사람 독같이 무서운 것 없는 법이야.

앞남산 밤대추는 아그대 다그대 열렸다드니,옹구네 머리통 속에는 원뜸에서 머이 어쩡고오 허는 생각만 아그대 대그대 열렸제?

자식 때미 속상헐 일 그 냥반 참 마않겄드라고요.속상허면 명 깪여.

노적애 불지르고 튀밥을 줏어 먹어도 내 재미여

이글거리는 화로에 숯 집으러 가는 손 붙잡는 말투로

남 잡다가 나 잡기 쉬운즉,남을 놓아 주어야 나도 놓여 날 것인데.저토록 탱천하게 노여우니 큰일이로다.

상처는 싸매면 되고,수치와 모욕은 견디면 될 일이었다.

다리 밑에 동냥치가 넘의 집에 불난 것을 보고는,우리는 불날 일 없잉게로 얼매나 좋냐고 허드라네.

연암 박지원이,압록강 국경을 넘어서 만주땅에 막 들어서면서,그 광활하고 황량한 대륙의 지평선에 그만 목이 메어,아아,한번 울만 하도다,참으로 한번 울만 하도다,라고 했다는 곳 아닙니까,만주가 황원(荒原)이지요.

아니 너 시에미 눈에다가 명태 껍질을 붙인 줄 아느냐?

입춘 추위에 선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말도 있지마는,

재수있는 놈은 자빠져도 떡판으로 자빠진단디                      2011.9.13() 춘천가는 길

 

 

혼불8

이러어케 문앜으로 지내가시는 것만 뵈어도 기양 쇡이 박하 먹은 것맹이로 왜 화아허니.

콩팔칠팔 숭보지 말고

베락을 치먼 손잡은 놈은 다 같이 떼죽음당허는 거이 이치여

나는 저 사람허고 몸 섞어서,가시버시요

전주를 선영의 선원조발지기(璿源肇發之基)로서,아름다운 옥과도 같은 왕조의 근원이 시작된

천추락만세향의 기틀

그리하여 벌어진 생살 아물 듯이 백제의 몸 되었다

거의 한평생을 두고 싸워 온 숙명의 적수 왕건에게 제 발로 기어들어가 늙은 몸을 의탁하는 비루함과,그 숙명의 창검을 빌려 제 아들을 죽여야 하는 찢어짐.그때 이미 견훤의 창자는 터져 버렸을 것이다.

공융(共融)해야 한다.행여라도 너의 옹이와 아집이 그들에 부딪쳐 서로 깨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무익하게 부서지지 말라.무엇이든 너의 것으로 받아들여 살지워라.

경기전에서 몇 걸음만 동쪽으로 가면 오목대(梧木臺)가 있었지.전주 사람이면 누구라도 그 오목대,앙징맞고 조그마한 비각 하나 서 있는,언덕 같이 나지막한 동산 기슭,거러면서도 전주 울안이 한눈에 들어와 안기는 이곳,햇볕 다냥한 양지밭을 정다웁게 좋아하였다.

이미 망해 버린 나라의 일개 궁녀들이,삼천 명 모조리,제 임금을 기리어 목메이게 부르며 물에빠져 죽을 만큼 사모할 만한 왕이라면,의자왕은 결코 소문난 것처럼 패덕하지 않았을 것만 같았다.망해도 좋아서 망한 것이 아니라,무엇인가 몹시 억울한 비밀을 품고 무너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 밥그릇에 밥 한 주걱 더 얹는 것이 급해서 밥상을 통째로 내주고만 통일.그것이 소위 신라의 삼국통일이라는 것 아닐까?통일을 한 뒤로부터 우리 민족은 저 중국의 대륙을 깊숙이 누비던 웅혼함을 잃고,한반도에 국한된 소국으로 전락되어,

태조는 스물두 살 청년으로서 아버지 이자춘(桓祖)과 함께 고려에 귀순하여,남정 북벌에 많은 공을 세우고 마침내는 조선 왕조를 개창하였던 것이다.

숨위여 감서 히여.넘 이얘기 허다가 내 초상 치겄네

오소리 잡을라요?사람 복장 터지는디 불끄장 때니라고

눈먼 큰애기 시라구 다듬능가

,지속으로 난 자식도 품안으 자식이라고들 않등가아?하물며 덜썩 큰 넘으 자식,저 혼자 큰지 알지 지 멋대로 지집 붙응 걸 인자 와서 어쩌자능 거이여.내비두어야제.

울안에 핀 풀꽃이 이름 없다고 남의 꽃이랴

걸음아,날 살려라.귀 떨어지면 내일 모레 와 줏어 가지 허고는 혼비백산 머리터럭이 불불불 날어가게,지게작대기끄장 다 내분 채로 도망을 갔드래요.

멫멫 년이나 숨쥑임서 숨어산 나한테는 죄면(외면)을 허시고,저런 웬수뎅이,지내가는 꽹이질에는 씨를 뿌레 주시능고                                                    2011.9.16() 00:09

 

 

 

 

혼불9

종이로 만든 지화(紙花)에는 생화로는 못 당할 인간의 지극함이 깃들어 있어

그 재능을 부여받은 부분에 가장 극심하고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단 말입니다.꽃이 그 아름다움 때문에 꺽이기 쉬운 운명과도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축구 선수는 다리뼈 성할 날이 없고,공을 너무 세게 맞아서 금이 거거나,삐거나 하니까요…..상처를 각오하지 않고느 선수가 될 수 없습니다.

나는 과연 내 생의 그 어느 길목에,무엇이 되어,무엇이라 새겨 넣고 떠나가서,저 먼훗날의 그 어느 후손에게 이런 그리움을 만지게 해줄 수가 있을까요

하지만 바위도 근()을 풀면 구름이 됩니다.

사천왕은 남성인가요,여성인가요.

동서남북(東西南北) → 동남서북(東南西北)

불교에서는 정신활동 자체를 신()이라 합니다

보아라,죄란 저토록 순결하고 찬한한 것이어니

저만큼 고우면 죄 안 지을 수 없을 겝니다.

어둠이 아니면 우리는 아무도 생명으로 태어나지 못합니다

천지에 밤이 와서 만물이 큰 어둠에 덮이는 것은 속수무책 필요불가결의 당연한 이치일지라도,공부하는 선비의 책상 앞이나 일하는 부엌의 등경 위에는 불을 켜 등잔을 밝혀야 하지 않겠습니까?

무감한 나무토막 하나에 심혼을 다 쏟아서 불어 넣고 매만지면,산 사람 생기운보다 더 지극한 염력을 뿜어내는 조물이 빚어진다.

아아,여기에도 저 꽃이 피네……

이 집 부엌바닥은 꼭 검은 달걀들이 땅 속에서 봉긋봉긋 솟아나는 것마냥,둥근 흙알들을 무수히 품고 있었다.이것이 복알이거든

오입진경(誤入眞境)잘못 간 길이 오히려 제대로 간 길인 경우도 있으니,너무 걱정하지 마시어요

                                                                   2011.9.18() 12:03

 

혼불10

  그 음성에는 그들만의 시간이 배어 있었다.온몸에 혈관이 환히 열리는 듯 미소가 어린다

이때 한민족의 일본화라는 것은 우리 조선 민족을 일본의 하층민으로 흡수한다는 것이었어.경제적인 수탈을 위한 일차 생산자,노예,도구로서

언제나 청년은 시대의 절망이고,시대의 희망이네.

좁쌀을 세어서 모래밭에 심는다고나 할까

작전이 필요할 때 작전을 세우며 이미 너무 늦다.꽃이 필요한 순간에 꽃씨를 뿌리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언제나,꿈을 가진 사람은 훗날을 도모하기 위하여 땅 속에 미리 씨앗들을,버리듯이 묻어 놓아야 한다고 했네.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제 몸에 실어,역사와 함께 고뇌하고 괴로워하는 저 대의(大義)는 얼마나 공의로유냐.

그것은 소인의 황천길이외다.

부모의 안부를 결코 남아게 묻지 말라.이는 천하에 다시없는 불효자식 불한당들이나 하는 짓이라고,전에 어른들은 말씀하시었다.

개꼬랑지 삼 년 묻어 놔도 쪽제비 터럭 안되고,까마구에 분칠해 밨자 백로 안되지라우.땅이 암만 넘의 땅이라 해도 조선 사람은 조선 사램인디…….

안죽으면 사는 거이여

백성과 무관한 나라,백성이 떠나 버린 나라는 무너진다.발해.오로고와 아리지

나라가 있어도 덕볼 것도 없고,나라가 망해도 서러울 것도 없으며,나라라는 것이 상전 위에 겹상전 노릇을 하는 조직에 불과한 처지들이라면,어느 누가 무엇 때문에 그 나라를 지키고,찾기 위해 저의 뼈를 바칠 것인가

못 잊히는 백 년은 하찮아서 가벼웁다.하찮아서 장하다.

물질이야말로 아무렇게나 남기면 안되는 것이기도 하고,또 아무렇게나 없애 버리면 안되는 것이기도 해.그게 혼을 건네서 묻히고 심는 것이거든

함경더 김씨 아낙은 남편을 가리킬 때 꼭 나그네라 부른다.남편은 아내의 영원한 나그네인가.남편의 본질에 깃든 나그네 기길.

질긴 것이 천한 것인가.천한 것은 본디 질긴 것인가.

예전에 선비들은 마당에 지나치게 고운 꽃은 심지 않았다 하는데,그 중에서도 특히 복숭아나무는 들이지 않았으니.어쩌면 그 까닭은 복숭아꽃 요기로운 자태가 글 읽는 선비의 마음에 색정을 돋우어 음탐하게 될까 보아 저어한 것 아니었던가.

내가 먼저 찾아가서 배우고 만나기를 청하게.그것은 흉이 아니네.그럴 만한 사람 있다는 것이 오히려 홍복이고 자랑이지.

가슴에 꽃심이 있으니.피고,지고,다시 피어.

저렇게 때를 키워어.때가 눌어서 살이 되간디이.

때를 놓치지 말어.밥 푼 담에 불때고 죽은 담에 생일 챚지 말고. 2011.9.21() 오후 6:43

 

첨부파일 최명희 작가.docx

출처 : 우리친구들(입암)
글쓴이 : 정낙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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