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야기

[스크랩] 토요일엔 여행한다 6 (2011.3.26 인왕산-사직단-시립미술관-신촌 비보이극장)

무논골 2013. 3. 23. 19:10

토요일 오전 하루를 게으르게 시작하였다.

원래는 춘천 큰형님 댁에 가서 테니스를 할까 하였으나

전날 연월리 친구 ㅇㅇ종,상부 친구 ㅇㅇ용과 과음하였더니 게으름이 나를 쩔게 한다.

 

 

왜 남대문은 있는데 북대문은 없을까?

사실은 북대문에 해당하는 창의문이란 것이 있다.풍수상 북문을 열어 놓으면 안된다고 하여 늘 닫혀있던 문인데...청와대 뒷편 자하문 터널 근처에 있다.창의문에서 시작한 인왕산오르는 길에 뒤돌아 본 멀리 보이는 북한산 자락들.

모든 집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부자들이 몰려 사는 전통적인 부촌이다.부암동 청운동 구기동.....

 

 

인왕산에서 바라다 본 무악산(일명 안산)과 그 너머 한강 줄기.

사진의 오른쪽이 북쪽이고 왼쪽이 북쪽 호인들이 숭례문(남대문)으로 쳐들어갈 수 있는 길이다.

 

 

인왕산에 설치된 석성의 모습.

한양에는 내 4산이 있다.경복궁 뒷산인 북악산-서쪽 인왕산-남쪽 목면산(남산)-동쪽 낙산(대학로 마로니에 뒷산)

이들 4산을 연결하여 성을 쌓았는데 이를 도성이라 한다. 엄밀하게 원시의 한양은 이 도성안을 일컫는다.

 

 

 

인왕산에도 봄이 가까이 와 있었다.

산수유가 꽃망울을 뽑내고 있다.

인왕산은 경복궁역 가까이 도심에 있고 높은 산이 아니어서인지 외국인과 젊은 연인들이 많이 보였다.

그들의 옷은 벌써 한 노출한다.

홀로 댕기는 사람 마음이 싱숭생숭하게 된다.

 

 

인왕산 자락을 쭈욱 타고 내려오다 배화여대 근처에서 본 좌판.

티벳 난민돕기 바자회가 열리고 있었다.어느 경찰관은 같은 주제로 섹스폰 연주를 하신다.

남의 나라의 난민과 독립을 돕기 위한 목적에 시간을 내시는 분들이 더욱 예뻐 보였다.

티벳 산 머풀러를 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가 집에는 아무 것도 들이지 않겠다는 사소한 결심에 그냥 음악만 듣다가

발길을 재촉하였다.다시 찾으려나? 겨울에 목도리 대용으로 참 좋겠다는 생각도 했는데,그들을 돕지 않고 돌린 발걸음이

아쉽다.

 

 

인왕산 성벽이 끝나갈 무렵 사직단이 있다.

'저언하~~종묘 사직을 통촉하여 주시~~~'라고 사극에서 많이 듣던 그 사직이다.사(社)는 토지의 신,직(稷)은 곡식의 신이다.

왕조시대에는 자신들의 조상은 동쪽 종묘에 모시고 서쪽에는 당시 농경사회의 근간인 사직을 모신다.

사직에 대한 제사는 1911년부터 폐지되고 그 주위는 공원이 되어버렸다.되었다?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 분원에 전시중인 내 장인어른이자 아내 고미경의 부친의 글씨(왼쪽)

글을 흘려쓰셔서 알아보기 힘드나 앞뒤 글자를 대충 짐작하건데,

 

施仁布德平生事(시인포덕평생사) 인과 덕을 베푸는 것은 평생의 일이요,

身健功成是福人(신건공성시복인) 몸이 건강하고 공을 이루는 것은 참 복된 사람이다.

 

 

경희궁터에 새로지은 서울역사박문관 마당에는 몇년전 철거한 시멘트로 만든 광화문 문루를 옮겨다 전시하고 있었다.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은 나무로 지은 문루가 한국전쟁에서 불타버리고 1969년에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문루 일체를 시멘트로만

지었다.영원히 썩지말라고 시멘트로 지었을 것이다.그렇지만 전통양식이 아니라는 비판으로 얼마전 철거되고 작년 광복절을 기해

목조 광화문이 선을 보였다.

시멘트로만 목조 건물을 흉내내는 것,저 곡선들도 다 시멘트인데 정말 대단한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오후 6시경 신촌 홍대입구 근처에 있는 비보이 전용극장에서 비보이 관람을 하고

배우들과 사진을 찍었다.맨 오른쪽은 오랫만에 얼굴 내보이는 글쓴이이고 큰 가방에 흰색 트랜치코트를 입은 이는 아내이다.

 

서울시립미술관 본관에서 열리는 샤갈전에는 사람이 미어터진다.잘 차려입은 청춘남녀들이 대부분이고 아이들 손을 이끌고 온

가족들도 보인다.중년신사숙녀들도 보인다.어떻든 눈요기 풍요롭게 입장을 기다리기 위해 백미터 이상 줄을 서서 기다린다.

비보이공연도 소극장 빈틈없이 채워진다.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 분원에서 개최되는 한국서화작가협회 전시회에는 한산하다.정말 적막하다.

서예는 좀 교양만 익히면 이해가 쉬운 사실묘사인데 한산하여 가슴이 저밀어진다.

사실 나도 서양의 샤갈님 그림은 도무지 개구멍인지 사람머리통인지 알지못하고 재작년에 감상하던 그 대열에 있었던 적이 있다.

 

한국 고전문화의 적막함이 안타깝다.

 

 

 

귀가하여 밤늦은 시간에 읽은 책의 어느 한 페이지.

책 제목은 <a lifetime of secrets>(비밀의 인생) 작가 프랭크워런,옮긴이 신현림

미국 전역에서 프랭크워런한테 보낸 비밀엽서를 보낸이를 알 수 없게 처리한다음 책으로 엮은 것이다.

어느 남자의 고백이다.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자들은 섹스-돈-화장실을 인생의 단계마다 어느 비중으로 생각하느냐가 그 인생의 칼라를 결정짓는다는 뜻인데

화장실이란 말은 아무리 유추해도 잘 모르겠다.

 

 

 

 

일요일 저녁 노루고기와 이동막걸리~~~

강원도 횡성에서 가져온 노루고기인데 어떻게 잡았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요리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웃에 사시는 할머니 반열에 드는 아주머니가 요리해주셨다.

질기지도 않고 담백하고 맛있었다.

다만 마음 한구석 자연동물인 노루고기의 포획을 생각하고 동조하고 있는 것이 깨림칙하긴 하였다.

출처 : 우리친구들(입암)
글쓴이 : 정낙신 원글보기
메모 :